[인터뷰] 책 ‘나는 신천지에서 20대, 5년을 보냈다’ 저자 김동규 씨
지난 2016년 봄, 광주광역시 한 대학에 입학한 김동규(27)씨는 10대 때 사회단체에서 만난 동갑내기 친구 박모씨의 연락을 받았다. 박씨는 진로 고민에 빠져있던 김씨에게 성경을 공부하면 인생에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겠냐며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절친한 사이였던 박씨를 믿은 김씨가 나간 자리에는 성경을 가르쳐주는 교사와 같이 공부를 하고 싶다는 또 다른 청년이 있었다.
김씨는 아무런 의심 없이 매주 이들과 성경 공부를 이어갔다. 성경을 가르치는 교사도, 박씨도 ‘신천지’의 ‘신’자도 끄내지 않았다. 공부모임 사람들은 김씨에게 지극정성이었다. 매주 함께 술을 마시고, 통화를 하고, 함께 놀러가는 생활이 세 달 넘게 이어졌다. 김씨는 본격적인 공부를 위해 센터 입소를 권하는 이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김씨는 이들이 국내 개신교계에서 이단으로 규정하는 신천지 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교도라는 사실을 다른 친구를 통해 뒤늦게 알게 됐다.
◇사이비 종교 포교, 진로·인간관계 혼란 겪는 청년들이 타깃
그는 그 순간을 회상하며 “믿을 수가 없었다. 자신을 철저히 잃어버리는 기분”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뒤늦게 신천지에서 빠져나온 박씨와 함께 자신들의 경험담을 <나는 신천지에서 20대, 5년을 보냈다>라는 책으로 2020년 출간했다.
최근 사이비교주들의 범죄행각을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가 인기리에 방영되면서 사이비 종교 실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프로그램이 특히 집중적으로 다룬 JMS의 경우 대학가를 중심으로 정상 종교를 가장해 포교에 나서는 수법을 썼고 교주가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러 큰 충격을 줬다.
지난 8일 조선비즈가 전남 나주시에서 만난 김씨는 사이비 종교 교인들이 포교 대상으로 주로 진로나 인간관계로 혼란을 겪는 청년들을 노린다고 말했다. 김씨는 “장년부에 속한 중년들은 이미 사회적 기반을 쌓고 신천지로 들어온 사람들이어서 인생에 큰 피해를 입지 않지만 청년들은 진로에 대한 것들을 다 미뤄두고 심취해서 모든 걸 바쳐 인생을 다 망쳤다”며 “사회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친밀한 관계 형성으로 거부감 무력화”
김씨에 따르면 신천지가 노리는 것은 주로 진로나 인간관계로 혼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이다. 신천지 교인 중 60% 이상이 20대라는 분석도 있다. 기성세대보다 사회경제적인 기반이 약한 청년들의 불안을 노리는 것이다. 김씨는 “방향성을 상실한 채 대학에 진학했을때 친구인 박씨가 성경공부를 하자고 했다”면서 “진로 고민이나 가정·학교폭력 피해자 등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청춘이 사이비들의 1순위 타깃”이라고 말했다.
본인이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사람도 사이비 종교에 빠져들고 세뇌되는 것은 왜일까. 사이비종교는 본격적인 교리 설파 전에 포섭을 위해 정서적 충족감을 제공하는 준비 작업을 철저히 하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믿는 심리를 이용해 관계를 착실히 구축해두면 사이비란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도 피해자는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하게 되고 벗어나기가 어렵다.
김씨에 따르면 신천지 1차 포섭인 ‘복음방’ 단계에서는 신자 세 명이 달라붙어 성경 공부를 명목으로 3개월간 포교 대상자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다. 신천지 신자인 사실을 속이고, 같이 놀러다니며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다. <나는 신이다>에서 JMS 교주 정명석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홍콩 국적의 20대 여성 메이플(가명) 역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가정환경이 좋지 않았을 때 한 쇼핑몰에서 JMS 교인들이 접근한 뒤 친근하게 대하면서 거리를 좁혔다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공부를 하러 센터로 입소하게 되는데 통상 이 두 단계를 마치면 10개월이 소요되고, 마지막 달이 되어서야 이들은 사실 신천지인 사실을 밝힌다. 공개 이후에도 이탈자는 거의 없다고 한다. 김씨는 “(이쯤 되면) 현실 감각이 사라지고 내 자신이 누군지 알 수 없는 일종의 해리(解離) 상태가 온다”며 “이런 상태를 신도들은 조종하기 위한 ‘환자 만들기’ 단계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사이비교 피해자들에 대한 사회적인 개입이 절실하다는 것이 김씨 생각이다. 개인의 힘으로 탈출하기는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김씨는 “세계관이 붕괴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영생을 믿고 있는)이만희 교주 사후에 펼쳐질 신천지 신도들의 비극적 삶에 대해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ttps://biz.chosun.com/topics/topics_social/2023/03/12/Q5NF6ERYTJENVHKF6WBGF4NPUU/
'미분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영웅 美영웅시대 순복음 뉴욕 교회 1000달러 기부 (0) | 2023.03.19 |
---|---|
왜 JMS에 빠져드나, 정통교회와 무엇이 다른가 (0) | 2023.03.19 |
📀 장민호 찬양 - 위대하신 주 (0) | 2023.03.19 |
레즈비언·양성애자였던 美 여성 “‘원래 이렇게 태어났다’? 거짓” (0) | 2023.03.17 |
아이돌 부모도 ‘JMS 신도’ 의혹…소속사 “일반 교회인줄, 즉시 탈교” 해명 (0) | 2023.03.08 |
이지훈 "14세 연하 아내, 내가 기독교라 연세대 간 것"…왜? (0) | 2023.03.08 |
"사모님은 유튜버"…개척교회 일상부터 연애 상담까지 (0) | 2023.03.08 |
검찰총장, "JMS 정명석 엄정한 형벌 선고되도록 최선 다하라" (0) | 2023.03.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