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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들어주는 국수집’ 이용표 목사

by 정보톡톡01 2023. 5. 21.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행위는 타인을 위로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우리는 타인의 말을 들어줌으로써 그를 최고의 상태에 이르게 할 수 있다.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 사람과 그 말을 진지하게 들으려는 사람, 이 두 사람의 만남은 말하자면 하나의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 피에르 쌍소의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중에서



특별한 국수집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은 날이 있다. 사는 것이 팍팍할 때, 괜스레 흐린 하늘만 봐도 가슴이 싸하니 눈물 날 때. 하지만 아는 사람에게 말을 꺼냈다가 소문이 나거나 오해하면 어쩌지 싶어 그냥 가슴 깊이 말을 숨겨둔다.

그런데 우연히 들어선 어느 국숫집. 이름이 특이하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국수집’이라고? 잔치국수 한 그릇이 3천원인 것도 놀랄 만한데, 국숫집에서 이야기를 들어준다고? 따끈한 멸치국물의 잔치국수가 뱃속에 들어가니 마음도 풀어지고, 주인장 따뜻한 눈빛과 말솜씨에 어느덧 가만가만 내 이야기를 풀어놓게 된다.

이런 저런 섭섭한 일, 까마득한 앞길 등을 이야기하다 보니까, 집중해서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국숫집 사장을 쳐다보니까, 코끝이 찡해지고 눈물이 고인다. 어라, 내가 왜 이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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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들어주는 이유



“안녕하세요, ‘이야기를 들어주는 국수집’ 사장 이용표 목사(소자교회·사진)입니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국수집’ 사장은 목회자다. 예장합동 교단에서 안수를 받은 목사가 국숫집을 하는 이유는 뭘까. 게다가 이야기를 들어주는 국숫집이라니.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에 대해서는 늘 마음에 있었어요. 신학대학원을 다니고 있을 때 예배예전 중 가톨릭의 고해성사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알아보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우리 교회에 만약 고해성사의 순기능만 들여오면 어떨까 생각했던 것을 지금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듣는 것보다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데, 그래서 상대방이 말할 때, 자신이 할 말을 생각하느라 경청과 공감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또한 가까운 관계라서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고, 소문이 날까 두렵거나 해서 정작 가까운 친구에게나 가족에게는 하지 못하는 이야기도 많다고.

“하지만 진심으로 경청하고 공감해 주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마음의 짐을 덜고 생각을 정리하면서 새로운 마음과 생각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볼 힘을 갖게 됩니다. 그러니 소문날 염려 없는 대상이 진심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면 변화의 시작이 되지 않을까요.”

 



세 번 놀라는 국숫집



그래서 시작했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국수집’을. 가격은 4월부터 3천원으로 불가피하게 인상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전까진 2천원이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1시에 열어 오후 4시까지 운영을 한다.

“저희 식당에 오면 세 번 놀랍니다. 먼저 싼 가격에 놀라고, 그 다음에는 담백하고 맛있는 국수 때문에 놀라고, 마지막으로는 속이야기를 털어놓고 갈 수 있는 곳이라 놀라는 거지요.”

가격에 비해 양도 많고, 조미료를 쓰지 않고 좋은 재료로 우려낸 멸치육수에 계란, 호박, 김 지단을 올려놓아 내놓으면 손님들의 표정이 더 밝아진다고.

“사장님, 이렇게 맛있는데, 왜 이렇게 싸요? 남는 게 있어요?”

이런 질문을 시작으로 이 사역을 설명하게 되는데, 오후 2시부터는 한가해서 손님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 이 목사는 출입문에 ‘재료 소진으로 오늘 영업을 종료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안내문을 걸고 이야기를 듣는다. 이야기를 하고 다시 안 오는 손님도 있지만, 여러 번 와서 조금씩 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고.

“어떤 경우는 듣기만 하고, 어떤 경우는 조언도 합니다. 손님의 동의를 얻어 함께 기도하기도 하고, 복음을 전하기도 하지요. 이야기를 하시다가 어느 날은 자신도 교회 나가고 싶다고 하셔요. 또 의외로 교회를 다니다 실망하는 일이 있어 안 나가시는 성도들이 꽤 많으시거든요. 저희 교회 오시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집 가까이에 있는 건강한 교회들을 소개시켜드려요.”

함께 울고 웃으며 마음의 짐을 덜어놓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훌훌 문밖을 나선다.

“기억나는 이야기 손님이요? 아들을 잃은 할머님의 이야기를 들어드리다가 꼭 안아드렸습니다. 아들 같다며 너무 많이 우셨어요. 또 하루는 ‘고양이 이야기도 들어줘요?’하고 물으시더라고요. 자신의 반려묘가 아파서 속상한데, 보통은 사람들이 호응을 안 해주는데 감사하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또 단골손님 중 한 분은 스님이신데, 교회를 안 나가고 있는 가나안 성도들을 저희 교회에 소개시켜주시기도 하셨어요. 하하.”

 



씨를 뿌리는 사역



오랫동안 교직에 몸을 담고, 울산에서 부목사로 사역했던 이 목사가 서울 신길동이라는 곳에 2021년 10월 국수집을 마련한다 했을 때 모두가 박수쳤던 것은 아니다. 그게 가능하겠냐고 우려 섞인 걱정들을 많이 해주셨다. 하지만 원래 카페교회를 구상하다가 정릉에서 이문수 신부가 운영하는 청년밥상 문간이란 식당과 북한산 등산로 입구에서 목회와 국수집을 병행하는 더함교회 사역을 접하고서는 마음을 굳혔다고.

“국수사역은 혼자서도 할 수 있고, 음료 보다는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음식이 사람의 마음을 열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식당 열 때 더함교회 윤정훈 목사님께서 레시피를 알려주셨고요. 무엇보다 후원자들이 보내주신 후원금으로 이 사역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국수 파는 것에 집중하면 이야기 들어주는 사역은 힘들거든요.”

가끔은 이야기 들어주는 것이 선교적 차원에서 무슨 의미가 있냐고 공격적으로 묻는 이들도 있다. 그런 이들에게 이 목사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교회들이 개교회 부흥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공교회 보편교회를 지향하여 이런 접촉점을 많이 둔다면 이것이 한국교회 전도와 사회봉사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사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우리 모두가 씨를 뿌리고, 그 결과를 내가 꼭 보려고 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하나님께서 때가 되면 거두실 것입니다. 초대교회가 폭발적으로 복음이 왕성하게 퍼져나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리스도인이라 불렸던 이들이 바보스럽게 선하고 희생적이면서도 웃음과 친절함을 잃지 않는 이상한 매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매력이 박해의 시대에도 불구하고 교회 성장의 놀라운 원천이 되었습니다. 전 그런 바보 같은 그리스도인, 목회자로 이 자리에 서 있으려고 합니다. 국수 드시러 오세요. 이야기 하고 싶으시면 언제든지 오세요!”

주소 :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로43길 3, 1층 이야기를 들어주는 국수집

전화 : 010-9350-2745

출처 : 아름다운동행(http://www.iwithjes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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