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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따뜻한 밥 한 끼와 기도로 : 노량진 강남교회

by 정보톡톡01 2019. 5. 5.

"그저 따뜻한 밥 한 끼와 기도로…"

왕복 2차선 좁은 길 따라 5분가량 걷자 나지막한 언덕 위 교회로 수험생들이 들어간다. 노량진 강남교회(대한예수교 장로회)다. 이 교회에서는 매일 오전 6시 30분부터 7시 30분까지 1시간 동안 인근 고시촌 수험생들에게 아침식사를 제공한다. 무료다. 실제 수험생인지 여부도 따로 묻지 않는다. 비슷한 차림새와 큰 배낭, 손에 쥔 수험서가 통행증 구실을 한다. 청년부 담당인 김상순(43) 목사가 지하 식당으로 들어오는 학생들을 반갑게 맞는다. 

 

신동아 사진
아이굿뉴스 사진
국민일보 사진


"전도 목적이 아니라 순전히 봉사입니다. 혹시나 수험생들에게 부담이 될까봐 말을 걸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김 목사에게 말없이 웃으며 인사만 하는 이유를 묻자 되돌아온 대답이다. 2000년 9월, 김 목사에 앞서 이곳에서 사목하던 목사가 수험생들을 돕고자 무료 급식을 시작했다. 지금도 교회는 매일 오전 250인분의 식사를 준비한다. 음식량은 조금 남을 정도로 넉넉히 챙긴다. 그 많은 음식을 마련하는데 부담은 없을까. 김 목사는 "여기서 식사하던 수험생들이 취업 후 후원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 신도들의 호응도 높아 무료 급식 후원을 위한 헌금이 목표치를 훌쩍 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오전 6시 새벽 예배에도 인근 수험생 40~50여 명이 참석한다. 김 목사가 안쓰러운 표정을 담아 덧붙인다. 

"청년들과 대화해보면 취업은 더 어려워지고 공무원시험 경쟁률도 높아졌다고 해요. 그저 따뜻한 밥 한 끼와 기도로 도울 뿐입니다." 

이날 메뉴는 치킨텐더와 김치, 시금치, 그리고 미역국. 식당에는 봉사자 8명이 음식 장만과 배식에 한창이다. 조미숙(65) 권사가 무료급식 봉사 책임자다. 조 권사는 10년째 아침 급식 봉사를 해오다 올 한 해 동안 책임자를 맡았다. 6시 30분 배식보다 1시간 이상 일찍 나와야 아침 식사를 준비할 수 있다. 메뉴에 따라 4시에 나올 때도 있다. 힘들지 않으냐고 묻자 "수험생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이 고마워 힘든 줄 모른다"고 답한다. 조 권사는 어려운 형편에 배고픔을 이겨내며 공부하는 학생들이 안쓰럽다고 했다. 

"밥과 반찬 모두 유난히 많이 퍼가는 학생이 있었어요. 혹 체할까 걱정돼 말을 거니까 여기서 먹는 아침이 하루 유일한 끼니라고 하더라고요. 여전히 가난한 수험생이 많아요." 

수험생들은 한 끼 식사가 큰 도움이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시를 준비하는 27세 여성 수험생은 "2017년 겨울 노량진에 온 후 지금까지 거의 매일 아침 식사로 신세를 진다"며 "새벽 예배에도 착석해 기도로 마음을 가다듬곤 한다"고 전했다. 국가직 9급에 응시하는 24세 남성도 "지방에서 올라와 월세와 식비 등 부담이 큰데 무료로 식사할 수 있어 감사히 먹고 있다"고 밝혔다. 속을 채운 수험생들이 학원이며 독서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노량진 고시촌에 다시 날이 밝았다.

- 출처 : 신동아 2019.05.04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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