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따뜻한 밥 한 끼와 기도로…"
왕복 2차선 좁은 길 따라 5분가량 걷자 나지막한 언덕 위 교회로 수험생들이 들어간다. 노량진 강남교회(대한예수교 장로회)다. 이 교회에서는 매일 오전 6시 30분부터 7시 30분까지 1시간 동안 인근 고시촌 수험생들에게 아침식사를 제공한다. 무료다. 실제 수험생인지 여부도 따로 묻지 않는다. 비슷한 차림새와 큰 배낭, 손에 쥔 수험서가 통행증 구실을 한다. 청년부 담당인 김상순(43) 목사가 지하 식당으로 들어오는 학생들을 반갑게 맞는다.
"전도 목적이 아니라 순전히 봉사입니다. 혹시나 수험생들에게 부담이 될까봐 말을 걸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김 목사에게 말없이 웃으며 인사만 하는 이유를 묻자 되돌아온 대답이다. 2000년 9월, 김 목사에 앞서 이곳에서 사목하던 목사가 수험생들을 돕고자 무료 급식을 시작했다. 지금도 교회는 매일 오전 250인분의 식사를 준비한다. 음식량은 조금 남을 정도로 넉넉히 챙긴다. 그 많은 음식을 마련하는데 부담은 없을까. 김 목사는 "여기서 식사하던 수험생들이 취업 후 후원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 신도들의 호응도 높아 무료 급식 후원을 위한 헌금이 목표치를 훌쩍 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오전 6시 새벽 예배에도 인근 수험생 40~50여 명이 참석한다. 김 목사가 안쓰러운 표정을 담아 덧붙인다.
"청년들과 대화해보면 취업은 더 어려워지고 공무원시험 경쟁률도 높아졌다고 해요. 그저 따뜻한 밥 한 끼와 기도로 도울 뿐입니다."
이날 메뉴는 치킨텐더와 김치, 시금치, 그리고 미역국. 식당에는 봉사자 8명이 음식 장만과 배식에 한창이다. 조미숙(65) 권사가 무료급식 봉사 책임자다. 조 권사는 10년째 아침 급식 봉사를 해오다 올 한 해 동안 책임자를 맡았다. 6시 30분 배식보다 1시간 이상 일찍 나와야 아침 식사를 준비할 수 있다. 메뉴에 따라 4시에 나올 때도 있다. 힘들지 않으냐고 묻자 "수험생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이 고마워 힘든 줄 모른다"고 답한다. 조 권사는 어려운 형편에 배고픔을 이겨내며 공부하는 학생들이 안쓰럽다고 했다.
"밥과 반찬 모두 유난히 많이 퍼가는 학생이 있었어요. 혹 체할까 걱정돼 말을 거니까 여기서 먹는 아침이 하루 유일한 끼니라고 하더라고요. 여전히 가난한 수험생이 많아요."
수험생들은 한 끼 식사가 큰 도움이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시를 준비하는 27세 여성 수험생은 "2017년 겨울 노량진에 온 후 지금까지 거의 매일 아침 식사로 신세를 진다"며 "새벽 예배에도 착석해 기도로 마음을 가다듬곤 한다"고 전했다. 국가직 9급에 응시하는 24세 남성도 "지방에서 올라와 월세와 식비 등 부담이 큰데 무료로 식사할 수 있어 감사히 먹고 있다"고 밝혔다. 속을 채운 수험생들이 학원이며 독서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노량진 고시촌에 다시 날이 밝았다.
- 출처 : 신동아 2019.05.04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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